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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공인중개사

<어쩌다 공인중개사> 제 9장 결전의 날.(시험당일 준비물, 가채점 결과)

by 새침한새초미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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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9일 제32회 공인중개사 시험 하루 전날.

D-100 부터 미친듯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D-1까지 오고야 말았다.

그렇다. 이 날은 2021년 10월 29일 !! 제 32회 공인중개사 시험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약 2주동안 실전 연습도 마쳤고, 10월 한 달간은 시험장 가는 날에 맞춰 아침 기상시간도 훈련시켜놔서 나만 마인드 컨트롤 잘 하면 된다고 수없이 되뇌었던 거 같다.

 

전날이니 따로 모고를 치루지는 않았고 준비물 빠뜨린 거 없는지 몇 번씩 확인 했고, 고쌤 마지막 라이브 강의 시간 알람 맞춰놓고 시간 맞춰 들었다. 그리고 중간에 바뀐 법들 과목마다 체크 해둔 거 다시 한 번 훑어봤다.

(민법, 공법, 중개사법은 시험공부 중간에 판례가 바뀌고, 법 개정이 된 부분이 있어서 이 부분 다시 한 번 유의 하며 익혔다.-법 개정 부분은 첫해 때는 어렵게 내지 않는다고 해서 여기서 문제 나왔을 때 틀리면 넘 아까울 거 같아 마지막에 한 번 더 정리했다)

 

시험 전날 열심히 챙겨간 나의 소지품들.

모든 준비품을 다 찍어 놓지 않아서 설명을 좀 덧붙이자면,

제일 중요한 신분증, 수험표, 호치키스, 수정테이프, 컴퓨터사인펜, 커터칼, 계산기, 멀티볼펜(샤프기능있는것), 지우개,수능시계(손목시계), 멘토스, 따뜻한 보리차를 넣은 텀블러, 방석, 담요, 여분의 마스크 이렇게 준비 해서 갔다.

동차를 보기 때문에 도시락도 준비를 해야하는 것은 맞으나, 내가 보는 곳은 집근처 고등학교.

차로 가면 2분 이고 걸어가면 8분쯤 되는 거리였어서 집에서 밥을 먹고 다시 갔다.

(이는 사전에 미리 산업인력공단에 연락해서 점심시간에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다시 시험장에 가도 되느냐고 문의했고 된다는 말을 들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리고 책은 무거워서 하나도 들고가지 않았다. 나는 원래 시험 당일이 되면 대범해지는 스타일로... 시험 당일에 시험에 관련된 책이나 프린트를 보지 않고 쉬는 시간 동안 멍때리다 시험을 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급하게 막판에 쫓기듯 프린트물을 보면 오히려 아는 것마저 헷갈려서 독이 되는 경험을 많이 해 본 바, 마음 편히 모든 건 내 머릿속에 있다고 혼자 주문을 걸고 열심히 멍때렸다.

 

호치키스랑 커터칼이 필요한 이유는, 알다시피 시험지가 신문처럼 옆으로 넘겨가며 봐야하는 스타일이다. 그 넘기는 시간마저도 줄이기 위해 (그리고 불편하다.) 시험지 받자마자 인쇄 불량 있는 지 확인하는 시간에 커터칼로 슥 자르고 호치키스로 위에 콩 찝어주면 시험 볼때 시간 절약+편하게 시험에 집중 할 수 있기에 암암리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이다.

문제는 눈치가 좀 보인다는 건데..

다행히 내가 치룬 교실에서는 나 이외에 호치키스 가지고 오신 분이 서너분 계셨어서 눈치는 덜 볼 수 있었다.

 

10월 한 달 내내 달고 살았던 한약.

워낙에 허약 체질이고 공부한다고 10개월째 펜을 잡다보니 오른쪽 어깨가 뽀개질 정도로 너무 아팠다. 그래서 한의원 찾아갔고 중간에 침치료와 한약 먹으면서 마지막 체력 보충을 했다.

 

당일날 시험장 앞에서 온갖 학원에서 홍보자료를 들고 나눠준다는데, 내가 본 곳은 메가랜드 홍보물만 있었다. 내가 메가랜드에서 공부를 했어서 그런지 뭔가 반가운 기분마저들었다. 안에는 별 건 아니었고 1회용 방석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난 이미 엉덩이가 배기지 않는 푹신한 방석을 가져 간 터라 패스!

 

오랜만에 들어선 교실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교실로 들어오시기 시작했고, 나이대가 낮아졌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교실을 훑어봤을 때 20-30대가 눈에 띠게 많았다.

본래 결시 인원도 교실당 10% 정도는 된다는데, 이 시험만 5년 째 감독 하고 계시다는 감독관님이 올해 만큼 결시인원 0명인 해는 처음 본다고 하셨을 정도. 내가 들어간 교실은 한 명의 결시생도 없었다.

 

시험장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원래 모든 시험이 일찍 오라고 하고 시험보기 30분 전엔 입실 해야하고 30분 전부터 유의 사항 알려주고 그러지 않는가.

교재를 하나도 가져가지 않은 나는 정말 시험 보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지루했다.

 

여튼, 1차 시험이자 1교시가 시작이 되었다.

학개론과 민법! 9시 30분 ~ 11시 10분까지 총 100분간 80문제를 푸는 첫번째 스타트!!!

 

학개론의 이종호쌤이 강의 때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시험날에 시험지 나눠주면서 인쇄 상태 확인하라고 할 때, 한 장 한 장 슥 넘기면서 문제 스캔 하면 이번 시험 난이도가 바로 눈에 보인다고.

그게 도대체 어찌 가능하냐? 싶었는데 가능하더라. 느낌이 바로 오긴 오더라.

 

내가 느낀 학개론의 첫 인상은 그간 풀어제꼈던 모의고사 문제보다 쉬운 느낌.

반가운 마음으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특히 계산문제가 연습했던 문제들에 비해서 풀이가 간단하게 나온 문제가 많아서 초반에 2분 안에 못 풀거 같은 2문제만 제끼고 신나게 풀어댔다. 다만 쉽게 생각하고 좀 허술하게 공부한 이론쪽에서 헷갈린 부분이 많이 나와서 일단 마킹 뛰어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고 그렇게 풀었다.

마킹은 한바닥 문제 풀고 마킹 하고 한바닥 풀고 마킹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나하고는 잘 맞았던 거 같다. 늘 40분 안에 푸는 연습을 했고, 시간 잡아먹는 계산문제가 쉽게 나온 편이어서 민법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었다.

민법이 직전 31회 기출 시험 문제에 비해서 술술 풀리는 느낌이 덜해서 풀면서 걱정이 좀 됐는데.., 당황한 문제가 몇 개 있었다. 이 판례는 어떤 문제가 나와도 헷갈리지 않아했던 문제가 갑자기 지문 두개가 헷갈리질 않나..

제일 인상깊었던 소 가축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이 문제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희대 쌤 목소리가 이 문제에서 들렸기 때문.

유치권 관련 문제였는데 유치권 설명해주실 때 옆집 개로 예시들어 설명해준 그 부분이 아주 명확하게 기억이 나더라.

희대샘이 뭐라고 강의 하셨는지 까지 모두 다.

 

민법은 지문이 길어서 참 힘들었는데, 후반부를 풀고 있는데 갑자기 내 자리로 따스한 가을 햇빛이 쫙 들어오는데 순간 졸음이 몰려와서 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다. 75번 문제를 문제만 한 3번은 읽었던 거 같다.

여튼 이래저래 헷갈려서 마킹 안한 문제 빼고 모든 문제 풀고나니. 20분이 남더라.

그 동안의 나의 훈련이 헛되지 않았구나..(감격스러웠다)

 

그리고 민법부터 못푼 문제 마킹 하기 시작했다. 민법에서 2문제, 개론에서 7문제쯤 됐었는데 민법 부터 2문제 그냥 쿨하게 찍어버리고 개론으로 넘어갔다. 일단 눈에 밟혔던 2문제 찍고 안풀고 넘어갔던 계산문제를 편안한 마음으로 풀어보려는데.. 와우! 이놈의 계산문제 하나가 답이 나올듯 말듯 안나오는데 미치겠더라.

이과 자존심이 안나오다가 왜 하필 중요한 시험 당일에 나오는지 포기하고 넘어갔어야했는데 ㅠㅠ 거기에 너무 마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시험 종료가 11시 20분이라고 중간에 착각까지 하는 실수를 범했으니.. 그 때는 내가 정말 뭐에 씌였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시험 종료 10분 전에 스피커로 알려주는데 그걸 들었는데도 11시 20분이 종료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컴퓨터 사인펜뚜껑을 열었는데 내 OMR카드를 거둬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아직 학개론 마킹 못한 거 4개나 더 남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펜을 손에 쥔채로 이게 무슨 일인가? 순간 얼음...!!

그리고 내가 체크 못한 문제부터 빨리 틀렸다 체크했다.  이게 나도 참 꼼꼼하지 못하지.. 문제풀 때 마킹 못한 건 표식이라도 하고 넘어갔어야했는데 표식을 한것도 안한 것도 있어서 확실하게 총 마킹 못한 게 5문제인것도 당일엔 확신하지 못했다. 복잡한 마음으로 1차를 마치고 집에 와서 세상에서 가장 쓴 점심을 먹었다.

 

교실에 12시 30분까지 다시 입실 하라고 해서, 12시 10분 쯤 다시 교실로 들어갔던 거 같다.

2차 1교시 시험 시작은 1시.

오전 시험에서의 암담했던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2차 시험은 무조건 몰라도 초반에 마킹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생각했다. 찍어도 초반에 찍는걸로! 그리고 찍은 거 시험지에 표시해놓고 시간 남으면 돌아와서 다시 보고 수정테이프 쓰는 걸로 전략을 바꿨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고대하고 기대한 중개사법과 제일 걱정한 공법을 보는 시간.

먼저 중개사법을 풀기 시작하는데.., 그럴 때가 있다. 문제 읽고 답 찾는데 막힘이 없을 때. 학교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험 보는데 풀면서 이건 100점이다 확신이 드는 그런 때 말이다.

그 리듬이 중개사법에서 왔다. 문제를 푸는데 답이 손들고 있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 같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딱 봐도 시험이 너무 쉽다 생각이 들었고, 물론 생판 처음 보는 문제도 있었지만 희한하게 왠지 이게 답일 거 같아! 라는 자신감이 붙었달까? 찍을 때 자신감 있게 찍는 게 무슨 말인지 온몸으로 느낀 날이었다.

시험 문제와의 기싸움에서 내가 이긴 듯한 무언의 그런 희열감이 있었다. 문제풀면서.

중개사법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이제 공법!

공법을 푸는데 어라?! 이상한데? 공법도 술술 풀리는 기분!! 물론 공법이 술술 풀린다는 표현은 중개사법 처럼 답이 손들고 있다는 표현은 절대 아니고 내가 그 동안 풀었던 모고/ 동형모고의 느낌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쉽다고 느껴지는 느낌.

건축법 열심히 외워갔는데 뭐 이상한 부분만 잔뜩 모아놔서 맨 뒷장 5문제였던가? 6문제였던가? 암튼 맨 뒷장 느낌 가는 걸로 자신있게 찍었더니, 찍은 거 다 맞는 기적이 왔다.(가채점 하면서 화들짝 놀라벌임..)

 

원래 2차 1교시는 시간이 모자랄 수가 없다. 공법이 너무나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극명하게 나뉘는 과목이라 ㅋㅋㅋ 시간이 많이 남아서 중개사법의 답 분포도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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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하면 국가고시는 답 수를 맞춘다는 말을 들어서.. 5지선다 40문제이니 번호당 8개씩 나온다는 그런 말이다.

그래서 OMR카드를 보며 1번부터 세보기 시작했다. 1번 8개/ 2번 8개/ 3번 8개/ 4번 8개/ 5번 8개!!!!!!

헐... 세상에 순간 시험보다가 내가 정말 심장이 아파가지고 ㅋㅋㅋㅋㅋ 손이 발발 떨리기 시작하고 머릿속에 행복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달까? 세상에!! 나 그럼 100점이란 말인가?

국가고시에서 100점을 맞다니 너무 뿌듯한데, 그럼 공법 40점 나오고 다음 시험 공시세법 40점만 맞아도 난 합격이겠구나!! 오예! 혼자 속으로 진짜 북치고 장구 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부푼맘을 있는 힘껏 억누르고 이제 마지막 공시세법.

3시 30분~4시 20분까지 마지막 2차 2교시 시간이 왔다!

공시법이야 내가 지적법 파고 등기법을 버렸으니 1번~12번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풀었고, 난해한 문제는 없어서 다 맞출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등기법으로 넘어갔는데.. 역시나.. 등기법은 운이 잘 따라줘야 9~10개 맞고 운 나쁘면 반타작 겨우하는데 반타작 겨우 하겠더라.ㅋㅋㅋㅋㅋㅋ 아놔, 왜이렇게 어려운거야..;; 참말로;;

그리고 나의 또다른 희망 세법으로 넘어갔는데, 눈을 의심했다.

이거 내가 배운 세법 맞아?! 아니 왜 다 생소해..ㅠ 그리고 지문은 또 왜이렇게 길어어어어ㅠㅠ

매년 난이도 높은 과목이 하나씩은 나온다더니 이번 빌런이 세법일 줄이야;;; 내가 늘 연습해오던 문제풀이 패턴과 다른 문제들이 있었고, 답이 안보이기 시작하니까 니가 나한테 이럴 일이 없다고 내가 당황을 해버리는 패닉상태가 오기 시작..

문제 읽다가 시간은 지체되고 ㅋㅋㅋ 30분이면 다 풀던 문제를 40분까지 끌고 있고, 난 아직 2문제를 못 풀었고오!!

막판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마무리해야할 시간에 내가 문제를 다 못풀었다니.. 마음이 급해지니 문제도 제대로 안읽히고ㅠㅠ 그래서 정말 공법 보다 공시세법에서 과락 나올까봐 얼마나 걱정을 하며 답안지를 제출했나 모르겠다.

 

시험 끝나고 집에돌아와서는 배는 고픈데 아무것도 못먹겠더라.

넘 궁금하기도 하고.. 가채점결과를 알고 싶어서 빨리 채점하고 싶은데 공식적인 가답안은 6시에 나온다고하고.. 그 전에 메가랜드에서 실시간으로 가답안이 나오긴 했는데 공시세법이 마지막 교시여서 교수님들이 열심히 문제 풀고 계신지 답안이 생각보다 늦더라..ㅠ 

어쨋든 가답안이 나오고 떨리는 마음으로 채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채점 결과느은~~~~

 

2021년 제 32회 공인중개사 시험 가채점결과

개론은 마킹 못한 다섯문제 때문에 살떨렸는데, 다행히 그 전에 모고에서 나와주던 점수 그대로 나와줬다. 민법도 그렇고!! 

그리고 엄청 기대하며 채점한 중개사법!!!

중개사법 100점 기대했는데, 4문제 틀려서 90점이 나오더라 ㅋㅋ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시험장에서 간만에 느껴본 희열과 만점인 것같다는 기대는 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공법이 모고 통틀어 본시험에서 가장 고득점이 나와줬다. 늘 60점의 바다에서 허우적 대기 일수였는데, 본시험에서 70점을 넘기는 기적을 보여줬다.

그리고 나의 빌런 세법..ㅠ 공시세법은 체감 난이도 치고는 점수는 잘나온 편이어서 놀랐고, 세법에서 반타작 겨우 해서 내가 모고 통틀어 본 시험 중 가장 못봤다 ㅋㅋㅋㅋㅋ 2차 1교시와 2교시의 극명한 점수라니.

 

그리고나서 드는 생각은, 설마 내가.. 수험번호 제대로 잘 마킹 했겠지? 라는 걱정.

 

A형 B형 란에 실수 없이 작성 잘했겠지. 라는 불안이 엄습해왔다.

(시험 형별은 내가 선택할 수 없고 시험장에서 알아서 배분해서 주신다. 나는 1차, 2차 모두 B형이었다.)

 

어쨋든, 10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나는 비로소 편안한 밤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험 다음날은 내 생일이었다.

시험 다음날이자, 나의 생일날.

시험 끝나고 수험생에서 해방되어 누워만 있는 아주 행복한 생일을 보냈다.

 

최종결과 발표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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